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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 않다. 만족이 없을 뿐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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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지 않다. 만족이 없을 뿐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

Praiv. 2021. 11. 2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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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케인즈가 역사 속에 나오는 흔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 “존 메이너드 케인즈”를 읽고 난 후, 나는 그가 인류애 넘치는 철학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경제는 숫자와 논리로 표현되고 등가교환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학문이었다.

반면 케인즈는 경제를 인류의 삶을 보존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 속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로 바라보았다.

 

  케인즈가 살던 시기는 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같은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했던 시기였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케인즈가 꿈꾸던 이상적인 경제 체제들이 전세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유럽은 제국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였다. 영국은 대영제국으로 전 세계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독일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 열강들 또한 식민지를 경쟁적으로 늘려가던 시기였다. 각 열강들은 팽창을 지속하다 결국 한정된 영토로 인해 마찰을 빚게 되고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전쟁 후 승리국인 영국, 프랑스, 미국은 전범국인 독일 등의 나라에 과도한 배상금을 물리게 된다. 케인즈가 볼 때 패전국들에게 지나친 짐을 지울 경우 패전국들은 빚을 갚을 수 있을 만큼 회생하지 못한다. 패전국들이 제 기능을 못하면 못할수록 승전국 또한 빚을 받을 수 없으니 이는 양 진영 모두에게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더 최악인 것은 과도한 빚으로 인한 재앙적 경제가 패전국의 군중 심리를 최악으로 몰고 간다는 점이다. 패전국의 국민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허무주의에 빠지고 과격 단체들이 대중들을 선동한다. 이 같은 필연적인 결과가 두려웠던 케인즈는 전후 협상에서 패전국의 채무를 어느정도 탕감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치가들은 이 의견을 묵살하고 결국 20여년 뒤 히틀러를 맞이하게 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넘쳐나는 공급을 감당할 수 없었던 미국은 대공황의 늪에 빠지게 된다. 당시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의 중심 위치로 올라섰기 때문에 이 여파는 곧 전 세계를 강타한다. 케인즈가 지속해서 비판했던 자유방임주의의 보이지 않는 손은 대공황에 속수무책이었다. 아담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이 정상적인 환경일 때 동작하지만, 케인즈가 보기에 현실 세계에서 정상적인 시장이란 일반적이기보단 특수한 경우에 속했다. 케인즈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부가 돈을 풀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케인즈는 이 재앙을 계기로 돈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정치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즉, 돈이 단순히 경제 활동을 위한 부산물이 아니라 한 국가의 통치 수단인 것이다. 그렇기에 금본위제나 돈 그 자체에 얽매이는 대신 사람들이 번영을 위한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시작한 2차 세계대전으로 전 세계는 또 다시 암흑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1차 세계 대전 후 파리평화회의에서 묵살되었던 케인즈의 예측이 실제로 나타난 것이다. 파시즘과 허무주의가 전 세계를 휩쓴 후 전쟁은 미국, 영국, 러시아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이 시기 케인즈의 경제 사상은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시작한 뉴딜 정책으로 현실화되었다. 두 차례의 전쟁기간 동안 케인즈가 꿈꿔왔던 경제 체제가 드디어 시작한 것이다. 이후 뉴딜 정책 기간동안 물가는 적정한 수준에서 조정되었고 실업률은 급감했다.

 

 

  케인즈는 빈곤의 문제를 자원의 희소성에서 찾지 않았다. 산업의 발전으로 자원의 희소성은 이미 종말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빈곤의 문제를 권력의 문제로 보았다. 각 나라 간 이권에 따른 무역 문제, 기득권층과 노동자간의 이익 추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였다. 결국 분배의 문제였다. 경제는 분배를 위한 수단이고 이 수단이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호황이 올수도 전쟁이 올수도 있다.

 

  나는 케인즈의 이러한 통찰이 너무 놀라웠고, 케인즈가 효과적인 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적절한 분배를 통해 인류의 풍성한 삶을 만들고자 했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가지 슬픈 사실은 오늘도 지구 어딘가에선 빈곤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자원은 부족하지 않다. 다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만족을 "아직은" 완전히 조율하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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